등록금 인상 보고서: 벼랑 끝에 내몰린 대학생들
건국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팀명: 말하라! 데이터로 말하라 팀장: 최윤혁 팀원: 곽성준 김경원 박경훈 윤수녕 이세화 정호익
1부 : 등록금은 오르고, 장학금은 끊기고: 대학생의 이중 고통
등록금은 올랐고, 장학금은 끊겼다. 무르익기도 전에 꺾인 대학생들은 버거운 현실 앞에서 진로와 학업을 놓고 고민 중이다. 한국장학재단이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I유형과 달리, 국가장학금 II유형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을 대상으로 한 ‘대학연계지원형’ 장학금이다. 대학이 자체 기준을 정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되, 정부가 해당 재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등록금 인상을 단행한 대학은 즉시 II유형 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등록금 인상 대학이 늘면서, 해당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된 대학도 증가했다. 그 결과, 많은 학생이 한 학기 만에 장학금 혜택을 통째로 잃는 상황에 놓였다.
올해 2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사립대 151개교와 국공립대 39개교 등 총 190개교 중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는 54.2%인 103개교다. 전국 대학의 절반 이상이 등록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2009년 이후 15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가 사실상 무너졌다. 등록금 인상을 선택한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국가장학금 II유형 지급이 제한되는 제재를 받게 되고, 그에 따라 장학금 수혜도 중단된다. 등록금 인상을 단행한 대학이 늘면서, 올해 1학기부터 II유형 장학금 지급이 중단된 대학도 118개교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혜 대학(248개교)의 약 48%에 해당한다. 해당 대학의 수혜 학생은 약 34만 9,000명, 지난해 이들이 받은 장학금 규모는 약 1,550억 원에 달한다. 학생 1인당 평균 44만 3,687원의 지원이 사라진 셈이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대학생들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A씨는 최근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지원 중단으로 큰 고민에 빠졌다. 다전공을 위해 초과학기를 등록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경제적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B씨는 “새로 배우고 싶었던 분야가 있었지만, 이제는 빠르게 취업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결국 다전공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축소는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 지속과 진로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경제적 이유로 원하는 학업을 포기하거나 학업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장학금 끊긴 대학들, ‘교내 장학금’ 확대로 해결될까
등록금 인상에 따른 국가장학금 II유형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이 교내 장학금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교내 장학 예산이 국가장학금 지원금 감소분을 충분히 보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감축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중앙대학교는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지급 받은 국가장학금 II유형 지원금이 지난해보다 38억 원 줄어들었지만, 교내 장학금은 오히려 72억 원 감축했다. 홍익대, 이화여대, 수원대, 성균관대 등도 국가장학금 감소분의 일부만 보전하거나 그조차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서울권 대학 4곳과 비수도권 대학 3곳에 등록금 인상 및 교내 장학금 운영 실태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한 결과, 대부분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건국대학교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고, 다른 한 대학은 내부 데이터 공개가 어렵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나머지 5개 대학은 아예 응답하지 않았다. 건국대학교는 교내 장학금인 ‘건국희망장학금’을 통해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소득 7~9구간 학생의 경우 예산 상황에 따라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공시해 안정적 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건국대는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국가장학금 II유형 미지원 대학이 되었음에도, 이 사실을 학생들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 등록금 및 생활비 마련을 위한 재정 계획에 차질이 생긴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건국대학교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C씨(3학년)는 “장학금 수혜가 갑작스럽게 끊겨 당혹스럽다”며 “일시적 휴학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축소, 그리고 불충분한 소통은 학교와 학생 간의 신뢰에 금이 가게 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장학금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측의 적극적인 설명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부 : 장학금에 기댄 지방대, 그래서 더 크게 흔들렸다
등록금 인상은 단순한 숫자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그 무게는 학생마다 다르게 작용한다. 최근 등록금이 오르고 국가장학금 II유형 지급이 중단되면서, 가장 큰 타격은 장학금에 의존해 학업을 이어가던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부담은 더 크고, 학업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는다. 이 변화는 교육의 구조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입학 성적 낮은 대학일수록 저소득층 많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장학금 신청자 데이터를 보면, 대학의 서열에 따라 재학생들의 가정 형편이 확연히 달라진다. 입학 성적이 높은 대학일수록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이 많고, 그렇지 않은 대학에는 장학금 수혜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2023년 기준, 서울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가운데 약 70%가 고소득층이었다. 저소득층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고소득층 자녀가 저소득층 자녀보다 4배 이상 많았던 셈이다. 다른 상위권 대학도 흐름은 비슷하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전체로 보면 고소득층 비율이 68%, 저소득층은 16%였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으로 범위를 넓혀도 고소득층이 59%, 저소득층이 21%로 격차는 여전히 크다. 반면 전국 대학 전체 평균은 고소득층 47%, 저소득층 27% 수준이다. 즉, 대학의 서열이 높을수록 고소득층 비율이 올라가고, 낮아질수록 저소득층 학생이 많아지는 구조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고소득층 자녀는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 환경과 사교육의 혜택을 누린다. 그만큼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도 높다. 반면 저소득층 자녀는 출발선 자체가 불리하다. 결국 대학 서열은 성적이 아니라, 격차의 시작점을 보여주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구체적인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역별·대학별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구간 비율 자료를 한국장학재단에 청구했지만, ‘위화감 조성 우려’와 ‘대학의 이익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반려됐다.
장학금 지급 분포, 우리 사회의 기회 불평등 지도를 그리다.
이러한 차이는 지역별 국가장학금 지급 현황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3년 기준, 국가장학금 I유형의 지역별 평균 지급액을 보면 서울 소재 대학은 학생 1인당 약 173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200만 원 이상을 받는다.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다. 국가장학금 I유형은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이 받는 구조다. 서울 대학의 평균 지급액이 낮다는 건, 그만큼 고소득층 학생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지방 대학에 저소득층 학생이 몰려 있다는 현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이들에게 국가장학금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휴학하거나,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면서 수업을 놓치는 일이 반복된다. 반면 고소득층이 많은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 등록금이 올라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결국 이번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축소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일수록, 지방에 있는 대학일수록 훨씬 더 큰 타격을 입는다. 이것은 단지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과 지방 간 교육 격차를 더 벌리고, 기회의 양극화를 고착화하는 악순환이다. 한편, 서울 지역 대학 재학생들은 높은 주거비 부담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3부 : 돈은 더 냈는데, 배움은 그대로… 건국대학교, 삼중고를 넘어 ‘사중고’
등록금 인상, 장학금 제한, 높은 물가수준으로 인해 학생들의 부담은 가중되었다. 건국대학교를 비롯한 사립대학들은 물가 상승과 수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 압박이 심화되었고, 결국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의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월세에 묻힌 대학 생활, 서울살이의 이면
건국대학교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 II유형 지급 불확실성, 그리고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높은 물가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건국대학교 인근의 월세는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2016년과 2024년의 광진구 일대의 대학가 월세 시세를 비교하면, 최저가와 최고가 모두 상승했다. 2022년 발생한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인해 비아파트 전세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했고, 그 결과 월세 거래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수업으로 줄었던 임차 수요가 대면 수업 복귀와 함께 급격히 회복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월세 부담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비싸진 주거비를 감당하고 들어간 원룸은 공간도 비좁다.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원룸의 평균 면적은 약 5~6평 수준이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제시한 ‘적정 주거’ 기준에 따르면 주거비는 다른 기본적인 생계비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거주자는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생이 지불하는 월세는 소득의 30%를 초과하며 거주 면적은 협소하다. 서울 1인 가구 대학생의 주거 수준은 국제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건국대학교의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했나
건국대학교 교직원 측은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로 누적된 재정적 압박을 들었다. 실제로 학부 등록금은 지난 2012년 이후 13년 동안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고, 대학원 등록금과 외국인 등록금만 제한적으로 올랐다. 그 사이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며, 최근 5년간 공공요금은 연평균 19.9%씩 인상됐지만 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등록금 회계 상 지속적인 적자 상태이며, 대학 운영은 기금 인출에 의존해 온 상황이다. 그 여파는 교육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래된 강의실과 교육시설 개선이 지연되고 있으며, 전임교원 채용도 인건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필수 점검시설 공사가 지연되며 미집행된 금액만 124억 원에 달하고, 교체가 필요한 강의 기자재도 89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상황이다. 교직원 측은 “13년간 등록금을 묶어둔 결과,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우수 인재 유치와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4부 : 우리가 낸 등록금, 진짜 교육에 쓰이고 있나요?
건국대학교의 연간 예산은 약 4,200억 원으로, 사립대학 기준 중위권 수준에 해당한다. 중소 규모 사립대에 비해선 많은 편이지만,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대규모 사립대보다는 적다. 이 중 등록금 수입이 전체 재정의 58%를 차지하며, 이어 전입 및 기부수입이 27%로 뒤를 잇는다. 반면 지출은 보수(42%), 관리·운영비(33%), 학생연구경비(12.7%) 순으로 분포된다. 전입 및 기부수입의 내역을 들여다보면, 국고보조금이 65.9%로 가장 크고, 이어 전입금(24.1%), 기부금(7%), 산학협력단 및 학교기업 전입금(3%)이 있다. 전체 재정 수입 중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에 달해, 대학이 두 재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대학과 비교해 보면, 차이는 뚜렷하다. 미국 주요 사립대학은 학자금 수입 비중이 약 3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기부금, 투자 수익, 수익사업, 정부지원금 등 다양한 출처에서 예산을 조달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등록금 외 수익이 풍부하고, 특정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교육 투자 대신, 직원들의 회식을 위한 ‘업무추진비’ 늘어난 총장실
등록금 인상의 명분은 ‘교육환경 개선’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예산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교육과 직접 연관 없는 지출도 적지 않다. 특히 논란이 되는 건 총장실 업무추진비다. 건국대학교 누리집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데이터를 보면,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건국대 총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급증했다. 2023년 말까지는 월 30~50만 원 선이었지만, 2024년 10월부터는 월 1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특히 2024년 9월 원종필 총장 취임 시점을 기점으로, 업무추진비가 4~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종필 총장이 재임한 9개월 동안 총 1,106만 9,800원이 업무추진비로 지출됐다. 이 금액은 하루 50명 학생에게 천 원짜리 아침밥을 9개월간 매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업무추진비는 학교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그 사용 방식은 대학이 어떤 철학을 지향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등록금 인상, 장학금 축소, 물가 상승, 열악한 교육 여건 속에서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러한 ‘교육 외 지출’은 더욱 날 선 비판을 받는다. 건국대학교 상허생명과학대학에 다니는 D씨는 인터뷰에서 “대학의 존재 이유는 교육에 있다”며 “자본의 흐름 또한 그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금 인상에 앞서 업무추진비처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총장실(총장 비서실장)측 과 인터뷰한 결과, "총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은 문제 시 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우선 시기상 전임 총장과 지출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강조했다. 업무추진비는 주로 대외 인사와의 공적인 만남 등에서 나타나는 지출에 해당한다. 전임 총장의 경우 코로나, 임기 말 상황이 겹쳐서 업무적으로 대외 인사를 만나는 경우가 적었다. 반면 현 총장의 경우, 작년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며 시기적으로 대외 인사를 만나야 할 상황이 많았다. 이후 최근 25년 6,7월 내역을 보면 업무추진비 사용이 줄어 들었다. 무엇보다 "금액이 적게 썼다, 많이 썼다"를 두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 총장 측의 요지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관이든 예산을 편성할 때 업무추진비가 기관장에게 편성이 된다. 여타 기업체나 대학과 비교했을 때 건국대의 업무추진비가 많이 배정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업무추진비를 적게 지출한 경우가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매해 비슷한 수준으로 업무추진비가 집행되는데 이를 적게 사용했다는 것은 반대로 총장의 업무 역할을 게을리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고위공직자의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등으로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본인 역할에 맞게끔 적절한 업무 수행을 하는 것이다”며, 학생들이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등록금 인상은 교육에 투자되어야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으로 결정될까? 결국 ‘한 명의 학생에게 얼마나 많은 교육비가 투자되느냐’에 달려 있다. 약 4년간 4천만 원의 교육비를 투자받은 학생과 1천만 원을 투자 받은 학생 사이에는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인건비, 운영비, 장학금, 도서구입비, 실험실습비, 기계기구 매입비 등을 포함한 전체 교육비를 재학생 수로 나눈 값이다. 이 금액이 높을수록 대학이 학생 교육과 교육 여건 조성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학 측은 ‘등록금을 올려야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4년 기준 국내 442개 대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등록금과 학생 1인당 교육비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귀분석 결과, 등록금이 1% 증가하면 교육비는 약 0.3% 증가한다. 실제 소위 상위권 대학으로 분류되는 학교일수록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아지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국공립이 아닌 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과 학생 1인당 교육비 사이의 관계가 보다 분명하게 나타났다.
대학 교육 경쟁력을 평가하는데는 ‘전임교원 수’도 중요하다. 전임교원이란 대학에서 풀타임 근무하며 교육 및 연구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교원이다. 실제 전임교원 확보율과 학생 1인당 교육비 사이에는 양의 관계가 포착된다. 국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대학일수록 전임교원 비율이 높고 학생 교육비도 높다. 많은 교수-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학교일수록 지식 발전에 더 기여하고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2025년 등록금 인상률이 높은 대학 가운데 건국대는 상대적으로 ‘전임교원 1인당 대학생 수’가 높은 편이다. 학생 수 대비 전임교원 수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전임교원 확보율의 법정 기준은 100%이다. 그러나 2025년 건국대는 62% 수준으로, 사립대학교육연합회는 건국대를 전임교원 확보율이 낮은 최하위 5개교로 선정했다.
세상에 공짜밥은 없다. 학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학교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등록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에 있다. 단순히 책걸상 몇 개 바꾸고 학관 겉면을 붉은 벽돌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연구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보장하고 학생들의 도전과 성장에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제한된 조건 속에서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 설계도 필요하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교육혁신위원회 개설 등을 통해 학생 대표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이 교육 개혁에 대한 공론을 형성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한다. 대학 졸업장이 흔해 빠진 오늘날, 학생들은 지불하는 등록금 그 이상의 효용을 바란다.
허리가 꺾여버린 대학생
생명이 고개를 숙이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벼처럼 알이 차며 겸손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리를 꺾는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며, 그 결실로 땅을 딛고 다시 나아간다.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배움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익지 못한 채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허리를 펼 수조차 없다. 등록금 인상, 장학금 축소, 그리고 서울살이의 높은 물가. 이 모든 것이 학생들의 어깨에 고스란히 얹히고 있다. 대학이 학생을 위한 공간이라면, 학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적어도 지금 학생들이 어떤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지를 직시하고, 교육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학교의 힘을 모아야 한다.